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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22 C2, 블로그, 그리고 Paper 14
글
C2, 블로그, 그리고 Paper
싸이월드가 분주하다. C2서비스가 베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호불호가 갈린다. 누구는 곧 망할거라 그러고 누구는 대박날지도 모른다 한다. 하지만 그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싸이월드, 나아가 SK라는 기업의 도덕성이다. 지금 싸이월드의 일부 유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싸이월드 Paper써비스를 이용하던 유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일까.
Paper?
우선 페이퍼 서비스를 알아보자. 페이퍼는 싸이월드에서 200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블로그형 서비스다. 많은 사람들이 C2를 싸이월드의 첫번째 블로그형 서비스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싸이월드는 블로그라는 매체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을 무렵 블로그형(정확히 블로그는 아니다.) Paper 서비스를 실시했다.
Paper의 특징과 장점은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1. 구독자 시스템
2. 포스팅하는 글 마다 다른 스킨적용
3. 전문성
(참고를 위해 내가 발행중인 페이퍼를 링크한다. http://paper.cyworld.nate.com/oldcamera/)
우선 구독자 시스템은 RSS와 비슷한 개념의 방식이나 싸이월드 회원에게는 꽤 효율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이다. 즉 특정 페이퍼의 받아보기를 신청하기만 하면 싸이월드에 로그인한 첫 화면에서 페이퍼의 새글을 확인하고 바로 이동이 가능하다. RSS에 골치아파 하는 라이트유저, 여성 유저들에게 이처럼 편리한 시스템이 또 있었을까.
포스팅하는 글 마다 다른 스킨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페이퍼만의 매력이다. 하나의 화면에 단하나의 글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이긴하다. 하지만 포스팅하는 글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스킨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페이퍼를 발행하게 되면 우선 자신의 페이퍼가 어떤 분류에 속해 있는 지 정해야 한다. 이는 꽤나 구속같은 일이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싸이월드 페이퍼에는 전문가가 넘쳐난다. 얼치기도 많지만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의 전문가도 많다. 페이퍼를 구독하는 독자는 개인의 넋두리를 읽는 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얻어가게 된다. 이는 타사 어떤 블로그 시스템도 확보하지 못한 장점이다.
페이퍼는 블로그의 장점과 새로운 독창성을 기반으로 꽤나 많은 유저를 확보했으며 이는 싸이월드 회원의 유출을 막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서비스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페이퍼 서비스는 완전 무료였으며 페이퍼 관련 유료아이템은 단 하나도 판매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발행을 하고 구독을 해왔다.
하지만 2월초, 싸이월드 메인 화면의 GNB(Global Navigation Bar: 웹페이지에서 하이퍼링크를 모아두는 장소)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이 페이퍼가 사라졌다.
왜 사라졌는가?
특정 서비스가 잘 시행되다가 사라지고, 잊혀지는 게 비단 싸이월드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하필 Paper서비스를 메인화면에서 내렸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페이퍼 서비스가 전면적으로 폐쇄되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페이퍼 서비스로 접근하는 대부분의 루트를 막아버린 것은 폐이퍼를 고사시키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페이퍼는 싸이월드의 광장, 타운, 클럽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서비스다. 개개인의 공간을 기반으로 네트웍화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즉 이번 사태는 미니홈피로 접근하는 루트를 폐쇄한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것.
왜 하필 페이퍼인가. 페이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던 작가, 독자들에게 한마디 공지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일까. 왜, 하필 C2의 베타 서비스가 시작될 무렵일까. 왜 싸이월드는 일을 저질러 놓고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뒤 늦게 사과공지를 한 것일까.( http://paper.cyworld.nate.com/thepaper/2014000 참조) 사과공지도 왜 이리 어서픈 것일까. 이용자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사항들은 왜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일까.
C2가 시범서비스 되다
이쯤에서 우리는 C2서비스를 훑어보지 않을 수 없다. 뭐 다른 특징들은 다 차치하고 한가지만 살펴보자. C2도 결국 블로그를 모태로 하고 있다. 즉 웹 2.0 시대에 발맞추어 싸이월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 이렇게 되다보니 기존의 타사 블로그 서비스의 대항마로 출범했던 Paper의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C2는 블로그의 장점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의 미니홈피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승계하고 있다. 한마디로 '블로그+미니홈피'다. 이제 Paper는 어쩌란 말인가. 실컷 키워놓고, 수십만명의 페이퍼 유저들을 양산해놓고, 이제는 나몰라라다.
지금 페이퍼 유저들의 타사 블로그 서비스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머리털 나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프리첼이 한때 유료화를 외치다가 퇴출당한 것과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싸이월드는 좋게 말하면 단호히, 나쁘게 말하면 개념없이 자신이 키워온 서비스를 매장하고 그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을 내쫓고 있다.
사용자는 '봉'인가?
아무런 대안도 없이, 기존의 서비스를 고사시키는 것은 대체 어떤 개발자의 논리이며 어떤 기업의 논리인가. 미니홈피의 대안이 C2라 하자.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C2에 Paper를 위한 대안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용자는 '봉'인가? 대기업의 횡포에 그냥 놀아나야만 하는가? 아니, 그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사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서비스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그들이 줄기차게 각종 매체를 통해 마르도 닳도록 외쳤던, 도덕성 줄줄 흘러 넘치는 기업이미지 광고는 뭐란 말인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는 건 중고등학교 때 이미 다 배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고객이 있기에 기업이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싸이월드가 그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고객들의 지지와 참여였다.(물론 고객들이 쏟아부은 도토리도 한몫했다.)
진정성을 보여달라
2월22일, 싸이월드 공식페이퍼는 또다시 물타기를 시도하는 글을 포스팅했다.(http://paper.cyworld.nate.com/thepaper/2033363) 이건 사용자를 고단수로 농락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 지금까지 페이퍼 유저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페이퍼의 GNB퇴출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 'C2 한번 사용해 볼래? 이거 대빵 예쁘고 깔쌈한데, 이거 한번 써보고 이제 그만 맘돌려. 응?' 이라는 말을 아주 빙글빙글 돌려서 정중하게도 이야기 하신다.
사용자는 이 글에서 과연 싸이월드측의 진정성을 느꼈을까? 페이퍼를 살려내려는 노력이 느껴졌을까?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아니올시다'에 백만스물두표다.
C2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 페이퍼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적어도 구태의연한, 펌질이 넘쳐나는 싸이월드라는 웹상의 쓰레기통에서 힘겹게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던 집단이다. 그들이 떠나면, 싸이월드는 속빈 강정과 다름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속은 텅빈 C2로 전락하길 원한다면, 뭐 할 말 없다. 그냥 계속 쌩까시라는 말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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