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이런 감독이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루, 2007. 3.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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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

사실 그의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는 21그램을 본 이후에 감상했다.

그리고 단 두편의 영화에 난 그의 열렬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새 작품이 언제쯤 나올지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리고, 바벨이 등장했다. 칸영화제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것이다.


바벨을 보고 난 후에 그의 영화가 좀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예전 영화는 마치 사포 같았었다.

자신은 다듬어 지지 않은 거칠음으로 무장했지만 다른이는 부드럽게 만들어버리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그런 강렬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세계관은 변하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한단계 더 발전한 듯 하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세계를 명징하게 둘로 나누고 있었고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약자와 강자, 남자와 여자, 미국과 멕시코, 등등.)

그러한 이분법적인 시선은 그의 다양한 시선을 조금은 제한적으로 만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바벨'에서 보여준 그의 달라진 시선은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누가 됐건 다 피해자라는 것이다.

내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빌어먹을 세계는 잘만 굴러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편에 발을 딛고 서있다.

가지지 못하고 핍박받고 무시당하는 무수히 많은 민중들의 땅위에 서있다.

그래서 그는 모두가 피해자라 말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올곧게 한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시에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 바벨도 서너번은 더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정리도 안되고 있지만,

그의 영화는 보고 또보면서 무수히 많은 알레고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 지구상에 그와 같은 감독이 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그것도, 제 3세계에서.



posted by East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