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家의 肖像 - 이장욱 개인전

하루, 2007. 5. 20. 11:21

作家의 肖像

이장욱 개인전


2007. 5. 16 ~ 5. 22

opening Reception/ 5. 16. 6pm


gallery NoW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성지빌딩 3층 (우: 110-300) | 02-725-2930

www.gallery-n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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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정희/ 서울 삼성동/ 2007/ Archival Inkjet Print

시인 문정희는 ‘프로’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사람이다. 사진촬영 시간은 절대 한 시간을 넘기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던 그녀는 필자가 준비해간 가위를 들고 망설임 없이 포즈를 취했다. 그 옆에는 사진을 찍을 때 어떤 게 더 좋을지 몰라 가져왔다는 10여 개의 머플러가 있었다. 자신의 시만큼 모델로서의 자질도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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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민정/ 서울 신당동/ 2007/ Archival Inkjet Print

시인 김민정은 아름답고 발랄하다. 이처럼 거칠고 음울한 시를 내어놓고 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예쁜 그녀의 얼굴대신 시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옹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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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명인/ 서울 사당동/ 2007/ Archival Inkjet Print

사진의 배경은 그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이다. 40년도 더 된 집에 20년을 넘게 살고 있는 그가 매일 저녁 집에서 풀어놓지 못할 이야기들과 어둠을 삼키며 걸었을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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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규/ 서울 상수동/ 2006/ Archival Inkjet Print

박민규의 소설 '핑퐁'의 주인공은 '왕따'들이다. 세상에 그 누가 '왕따'가 되길 바랄까. 하지만 피치 못하게 남들이 말하는 '왕따'로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이 세상을 왕따시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리라. 그가 쓰고 있는 안경은 어쩌면 안경 안에 감춰진 자신의 여리고 선한 눈을 감추기 위한 도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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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명랑/ 서울 흑석동/ 2007/ Archival Inkjet Print

사진 속 저 빽빽하게 자리한 집들에는 얼마나 많은 '엄마'와 '아내'들이 가족이란 족쇄를 차고 있을까? 이명랑의 소설 '슈거푸시'는 자유를 꿈꾸는 '아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해방'이란 이처럼 간절하면서도 한없이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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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승하/ 경기도 과천/ 2007/ Archival Inkjet Print

'화가 뭉크와 함께'는 그의 등단작이다. 이승하의 초기 시편에서는 '불안', '두려움', '광기',그리고 '폭력'의 냄새가 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정의'라는 명분아래 수많은 폭력이 자행되고 있고, 수많은 진실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은폐되고 있다. 고통을 느끼기에 우리는 너무 노련하거나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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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경기도 일산/ 2007/ Archival Inkjet Print

'一揮掃蕩血染山河'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이순신의 칼에 새겨진 문구이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 강산을 피로 염(染)하고자 했던 이순신처럼, 컴퓨터가 보편화된 지금까지 김훈이 고집스레 잡고 있는 연필 한 귀퉁이에도 독자의 마음을 염(染)할 문구가 새겨져 있을 법 하다.






시인 이성복/ 서울 명일동/ 2003 / Archival Inkjet Print

이성복의 '어떤 싸움의 기록'은 우리의 아비들과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공용의 가족사를 읽으며 나는 분통 터지는 사춘기의 저녁을 식히고 또 식혔다. 그를 시인 이성복 보다 강하지 않으면 강하게라도 보여야만 했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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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 전시되는 작가의 육필 중, 시인 김명인의 [침묵]



작가의 초상


환지통(幻肢痛)입니다.


이미 잘려나간 발가락이 못 견디게 간지러워 손으로 허공을 휘휘 저어대는 사람들처럼, 이미 떠나버린 사랑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처럼,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몸보다 세포가 먼저 알려주는 통증. 문학은 나에게 이런 환지통과 같았습니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문자들. 문자와 생각 사이에서 부유하는 나의 오감들을 잡기 위해 헛손질을 하는 내 자신이 싫었습니다. 피하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사진은 문자로 수렴되지 못한 나의 감각과 사고의 안식처, 혹은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입니다.


『작가의 초상』은 시인 혹은 소설가의 작품들 중 나에게 미적환기를 준 작품들을 선정한 후, 그 작품에서 받았던 감동을 작가의 인물사진으로 재현하는 작업입니다. 사진촬영 전, 작가들에게 본인이 선정한 작품의 전문 혹은 일부의 필사를 요구했으며, 작품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완성해 갔습니다.

작가의 얼굴이 그들의 문학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얼굴을 클로즈업하기도 했고, 때로는 작품 속 주인공으로 둔갑시키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작가들에게 다소 무리한 포즈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작품들 중 모자라다 생각되는 작업이 있으면 그것은 나의 시각언어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간혹 수작(秀作)이 있다면 이는 성실한 텍스트 읽기와 작가들의 따스한 도움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 쓰는 법과 보는 법을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께 감사드리며, 지금도 자신의 우주를 한없이 문자로 수렴해가고 있을 작가들의 싸움에 갈채를 보냅니다.


글, 이장욱 desertcafe@naver.com




이 장 욱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수료(2007)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2003)


개인전

2007 작가의 초상展_gallery NoW_서울


단체전

2007 학원의 빛展_북경중앙미술학원_북경

2005 사랑과 이별展_문화일보 갤러리_서울

2004 Weekend展_갤러리룩스_서울

2003 거울소개서展_갤러리카페 사계_서울

2003 [공연]읽기의 방식展_쌈지스페이스_서울





장욱형이 개인전을 한다. 가봐야 하는데, 결국 주말은 다 놓친 듯 싶다.  아아... 평소에 작가를 담아낸 형의 사진을 보면서 그 작가의 작품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이해, 작가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았다면 이런 인물사진들은 탄생되지 않았을 터.

사진뿐 아니라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놓치면 곤란한 사진전.



posted by East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