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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11 정태춘 - 사람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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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학번 손모 선배는 따뜻한 밥한끼 먹여준다는 미끼로 후배들을 불러놓고,
이 노래를 틀어줬다.
직접 지은 밥과 직접 끓인 국, 고향에서 올라온 몇가지 밑반찬과 올리기 전에 바로 구운 부침개 등등을
먹여 놓고,
이 노래를 틀어줬다.
밥이 소화될 리가 있나.
손모선배는 이노래를 얼마나 자주 들었던지 온통 잡음으로 가득했고
심지어는 테이프가 늘어난 부분까지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흥얼거리는 구나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음에도
손모선배는 이 노래를 틀어주고 과연 몇명의 사람 이름이 이 노래에 나오는지 맞춰보라 했다.
밥이 소화될 리가 있나.
가사내용을 귀담아 들으면 들을수록
삼켰던 밥알들이 한데 뭉쳐 명치에 단단하게 또아리를 틀고 앉아버렸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자, 이 노래에는 몇명의 사람이 나오는 걸까. 사람이름만으로 세어보라.
참고로 백선생도 한명으로 넣고 노찾사도 그냥 하나로 쳐서 세면 된다.
자, 몇명의 이름이 나오는가?
11명, 이라고 말하면 틀린거다.
12명이다.
몇번을 들어봐도 11명이건만 형은 12명이라했다.
12명.
형은 다시 찬찬히 들어보라며 몇번을 같은 노래를 틀어주곤 했다.
하지만 몇번을 다시 들어도 11명이었다.
한참 후에야 형은 허참, 이 빠졌다고 했다....
허, 참. 이라니...
어찌 되었건 난 요즘도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93년도에 발매된 '92년 장마, 종로에서' 앨범에는 빠뜨릴 노래가 없다.
그런데 참 웃긴 건 2007년 대한민국은 93년 노래가사의 내용과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정태춘씨의 이 노래가 딴나라의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 그날이 언제쯤 찾아올까.
허. 참.
P.S 정태춘씨의 사진은 대추리에서 찍었더랬다. Bessa R에 CS 21mm를 마운트하고 Provia 400F를 물려 찍었다.
저 사진을 찍고 얼마 후 대추리는 외부인의 출입이 완전 통제되었고, 지금은,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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